Try   HackMD

FNMNL 【인터뷰】 〈Jclef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을 그리다〉

Image Not Showing Possible Reasons
  • The image file may be corrupted
  • The server hosting the image is unavailable
  • The image path is incorrect
  • The image format is not supported
Learn More →

일본어 원문: FNMNL 【インタビュー】Jclef|地球滅亡の一時間前を描く

2019년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을 수상하고 주목 받은 아티스트 Jclef. 그녀는 2016년 믹스테이프 《Canyon》을 릴리스하여 처음으로 음악 신에 소개됐다. 그 뒤, 일반적인 힙합·R&B의 방법론을 거부하고 독자적 음악성을 추구해온 결과, 2018년 릴리스된 데뷔 앨범 《flaw, flaw》는 한국 힙합·R&B 신에서 일약 화제가 됐다.

《flaw, flaw》는 아티스트 자신의 문제 의식에서 생겨난 의미심장한 가사부터 랩도 아니고 보컬도 아닌 유니크한 가창법,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녹여낸 세련된 프로덕션까지, 두루 높은 완성도로 절찬 받았다. 지금 그녀는 인디로부터 레이블에 들어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다음 앨범에 전념하고 있는 그녀로부터 이제까지의 음악 커리어와 이후의 활동을 물었다.

취재·작성: soulitude
한국어 번역: 홍민희

Image Not Showing Possible Reasons
  • The image file may be corrupted
  • The server hosting the image is unavailable
  • The image path is incorrect
  • The image format is not supported
Learn More →

―일본의 리스너를 위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Jclef: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합합과 R&B를 베이스로 한 음악을 만드는 Jclef입니다.

―Jclef 씨는 2016년에 믹스테이프 《Canyon》을 공개하고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지요. 그 뒤로 커리어가 시작됐다 봐도 될까요.

Jclef: 그렇네요. 당시 앨범이란 걸 만들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면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사운드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의 형태로 음원을 릴리스해 보았습니다. 그 덕에, 최엘비나 오하이오래빗, 코아화이트 등과 교류하게 됐습니다. 또, 첫 앨범을 릴리스할 수 있게 투자해준 분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모두가 도와주셨죠.

―대학을 다니는 도중에 데뷔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음악과는 먼 “화공생명공학”이라는 전공이셨네요.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공학 쪽의 진로를 생각하셨습니까?

Jclef: 확실히 10대의 저는 수학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수학이라고 하는 과목이 좋았던 것 뿐, 딱히 이공계에 흥미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학력을 따지시니까 공부밖에 없던 10대를 보낸 겁니다. 지금의 제게는 별 의미가 없어서, 이번 학기 도중에 자퇴했어요.

Image Not Showing Possible Reasons
  • The image file may be corrupted
  • The server hosting the image is unavailable
  • The image path is incorrect
  • The image format is not supported
Learn More →

―싱잉랩이면서도 노래 같기도 한 유니크한 보컬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Jclef: 처음에는 랩을 했었는데, 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을 찾다가 싱잉的인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떠드는 느낌의 노래 스타일이 된 것 같네요.

―그런 스타일에 이르게 된 계기로, 이제까지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셨는지 궁금하네요.

Jclef: 어렸을 때부터 음악은 좋아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음악은 현실과 떨어질 수 있는 돌파구 같은 존재였어요. 음악을 들으며 그 가수가 되어 노래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강하게 느낀 것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Channel Orange》네요. 좀더 올라가면, 고등학생 때 친구가 준 USB에 들어있던 R&B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처음 키샤 콜(Keyshia Cole),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등의 R&B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게 됐습니다. 더 어렸을 적에는 언니한테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6살 많은 언니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이였어서, 팝도 자주 들었었어요. 언니가 고등학생 때 듣던 음악을 자연스레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들었으니까요.

―그러면 요즘에는 어떤 음악을 듣고 계십니까.

Jclef: 센 모리모토(Sen Morimoto) 음악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센 모리모토는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인데, 《Cannonball》이라는 앨범을 2019년에 가장 많이 들었어요. 트랙 중에서는, 삼파 더 그레이트(Sampa the Great)의 〈Mwana〉라는 곡이요. 리듬 파트가 재밌어서 노래하는 방법도 주문을 거는 느낌이 아름다운 곡입니다. 또, 제이펙마피아(JPEGMAFIA)의 앨범도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것 같고, 모지스 섬니(Moses Sumney)도 좋아합니다. 물론 올타임 페이버릿은 프랭크 오션이네요.

―Jclef 상이 요즘 들은 한국 아티스트 중에, 일본 리스너에게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Jclef: 저는 음악을 많이 손봐준 코아화이트는 일본 리스너에게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뇌의 구조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유니크한 발상의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입니다. 상상도 안되는 사운드를 만들어 음악을 탄생시키는 재능이 있습니다. 트랩 비트에 보컬로이드를 합친 작품이 훌륭합니다.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내는 점도 존경스럽습니다. 일본 문화로부터 많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 아티스트와도 교류하고 싶을 겁니다.

―2018년은 Jclef 씨께 첫 앨범 《flaw, flaw》가 릴리스된 해로서 뜻깊은 해일 것 같습니다. 일본 리스너를 위해 앨범을 소개해주세요.

Jclef: 《flaw, flaw》는 저의 0세부터 25세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첫 앨범이야말로 아티스트가 가장 순수하게 창장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이야기를 잔뜩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 제 가치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등을요. 애초에 “flaw, flaw”라는 테마를 정한 게 아니라, 어떤 음악을 했든 결국 스스로가 말하고 싶은 게 “상처에 대한 고찰”이였던 것죠.

―앨범은, 상처입은 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네요. 그 여행이 “지구 멸망”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Jclef: 그 트랙을 만들 때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감정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너무나 답답해서, 극단적인 장면을 가지고 오지 않고서야 해결 방법이 없었다고 할지. 이제 뭐가 됐든 전부 폭발해버렸음 좋겠다 싶었어요. 그 트랙의 손봐준 코아화이트가 보내준 데모 파일에는 “heyamonogatari”(방 이야기)라고 가제가 붙어있었어요. 코아화이트가 “이야기”(物語) 시리즈(니시오 이신의 소설 시리즈)의 애독자라, 《괴짜 이야기》(傾物語)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트랙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주 끔찍한 장면을, 차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반복해서 보기만 하는 상황을 상상했다고 하네요. 그의 이야기에서 큰 영감을 받았어요. 그래서 사운드는 예쁘지만, 가사는 극단적이고, 목소리는 태연한 언밸런스함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가사의 표현이 아름답고 유니크합니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림이 떠오른다고 할까. 가사를 쓸 때 중점을 두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Jclef: 문학에 동경이 있어서, 표현 방법에 관해서는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물론 직접적인 가사도 좋지만, 저는 저만 쓸 수 있는 표현을 떠올릴 때 가장 쾌감을 느낀달까. 들어보면 어떤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는 듯한 가사를 쓰려는 게 포인트네요. 듣는 쪽의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 가사를 저마다 새롭게 해석하게 되는 것도 좋습니다.

―앨범을 만들 때 참고하게 된 음악이나 자주 듣은 음악은 있나요?

Jclef: 저는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을 구상할 때부터, 다른 음악은 거의 듣지 않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되는 걸 경계하려고요. 앨범의 작업은 저에 의해, 자기 자신이 만족할 수 있게 하는 싸움이죠.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계속 붙잡고 늘어집니다. 어떤 의미로는 지기 싫은 마음으로 만들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앨범은 다양한 스타일의 세련된 얼터너티브 R&B와 힙합 사운드가 즐겁습니다.

Jclef: 사운드적으로는 각 트랙에 따라 제가 말하고 싶은 얘기에 맞게 비트를 골랐습니다. 제 스스로 미니멀한 악기 구성을 좋아하기도 해서, 전반적으로는 미니멀한 음향이 됐습니다. 친한 프로듀서들이 아주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모두 제가 스스로 찾아서 연락을 취하거나 모임에 나가 알게 된 프로듀셔들입니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디깅해서 마음에 드는 프로듀서를 찾아내 함께 작업하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지만, 그럴 만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첫 앨범이 작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분을 수상하고, 많은 분들께 절찬받으셨는데요, 그 뒤로 변화는 없으신가요.

Jclef: 거창하진 않지만, 변화라 하면 부모님께 음악인으로서 인정받은 것이겠네요. 원래 부모님은 하고 싶으면 한 번 해봐라 정도의 태도로, 일생의 직업으로서는 인정하지 않으셨었어요. 그런데 상을 받았더니… 또, 업계의 사람들한테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기뻤습니다. 그래도 거기에 부담을 느끼거나 음악적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앨범 릴리스하고 상당히 시간이 지났는데, 릴리스 당시와 지금, 앨범에 갖는 느낌은 달라졌나요.

Jclef: 사운드 엔지니어링 쪽으로는 대체로 바뀌었습니다. 앨범 내용에는 자신이 있습니다만, 이제와서 들어보면 레코딩이나 사운드 마스터링 같은 기술적인 포인트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네요. 지금 한다면 좀더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요즘은 사운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다음에는 좀더 섬세한 사운드의 앨범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9년 3월에 레이블 크래프트앤준에 합류했습니다. 앨범 릴리스와 한국 대중음악상의 수상 이후, 여러 레이블로부터 연락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가운데 크래프트앤준을 고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Jclef: 연락 온 회사 중에 지명도나 규모로 볼 때 매력적인 회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을 1, 2년 하고 그만 둘 것도 아니라서, 제 음악에 어울리는, 좀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서포트할 수 있을 듯한 찾았습니다. 제 음악이 좋다는 팬들이 계씨는데,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크래프트앤준은 장르야 어찌됐든 얼터너티브계의 음악을 폭넓게 취급하는 레이블입니다. 만나서 말해보면 진지하게 음악 얘기를 주고받는 레이블 대표는 의외로 적었어요. 근데 크래프앤준은 달랐습니다. 게다가, 스카우트 받은 게 아니라, 제가 먼저 들어가고 싶다고 연락한 거예요.

―첫 앨범 이후 첫 릴리스가 되는 트랙이기도 하고, 레이블 합류 이후의 첫 싱글이기도 한 〈mama, see〉가 7월에 릴리스됐습니다. 어머니에 관한 곡이죠.

Jclef: 다음 앨범의 선행 싱글입니다. 〈mama, see〉는 여성들의 세계의 크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 세계가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입니다. 어머니 세계보다는 제 세계가, 제 세계보다는 다음 세대 사람들의 세계가 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이후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Jclef: 앨범은 2020년 안에 릴리스하고 싶습니다. 제 자신이 만족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어떤 사람도 해치지 않는 내용과 제 세계를 넓혀줄 음악성, 어느 쪽도 중요하기에 고민이 많습니다만, 앨범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