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ack × Give and Take ## 3분 컷 슬랙 핥기 기브 앤 테이크는 제목이 곧 내용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책인데(서양인들이 헬조센을 우습게 본 나머지 도저히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차치하고🤣), 톰 드마르코의 슬랙은 안 읽어본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빨리 많먹 할 수 있게 슬랙의 정의와 주요 주장을 알려드린다. 참고로 톰 드마르코는 피플웨어의 저자이기도 하다. <br> ### 슬랙의 정의 > “Slack is the degree of freedom required to effect change.”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자유도다. 여유 시간, 남는 인력, 이런 게 아니다. 조직이 방향을 틀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말한다. <br> ### 책에서 말하는 주요 주장 **효율성의 역설** 효율을 극대화하면 변화 능력이 사라진다. 드마르코는 이걸 생물학에서 빌려왔다. (피셔의 정리를 인용해서)기린이 나뭇잎 먹기엔 최적화됐지만 동물원에서 땅콩은 못 줍는다고 설명했다. 최적화된 조직도 마찬가지. **속력과 방향** 빨리 달리는 것과 방향을 트는 건 다른 능력이다. 슬랙 없이는 가속만 되고 조향이 안 된다. **압박은 사고를 빠르게 하지 않는다.** 지식 노동자의 생각 속도는 고정값이다. 압박을 줘도 빨라지지 않는다. 그냥 품질이 떨어질 뿐이다. **품질과 효율은 적이다** 효율 최적화 조직은 품질을 적으로 본다. 품질엔 시간이 들고, 시간은 효율의 적이니까. **효율과 효과 구분** 어떤 일을 최소한의 낭비로 해내는 것을 효율적(efficient)이라고 하며, 그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효과적(effective)이라고 구분한다. 이 둘은 양립이 가능한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할 때 효과적이지만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은 비록 빠르지 않을비라도 목표릉 향해 착실하게 나아간다고 표현한다. **슬랙 vs 지방(fat)** [드마르코의 인터뷰](https://www.computerworld.com/article/1339737/preaching-slack.html)에서 분명하게 강조한 이야기도 있다. 비용 절감 관점에서 보면 안 뛰는 사람은 다 지방이다. 근데 그 사람이 조직을 재발명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접근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건 슬랙이다. <br> ## 출발점: 나는 슬랙을 쓰는 사람인가, 슬랙 그 자체가 된 사람인가 나는 입사한지 3달이 조금 더 지났다. 슬슬 조직의 리듬에 익숙해지고있다. 새해를 맞아 좋아하는 책들을 다시 들춰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직엔 분명 여유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과도한 책임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 이건 내 불치병인 ‘제가 할게요’ 로부터 기인히는 나의 큰 약점인데, 역시나 ‘또’다. 테이커와 기버 사이를 오가면서 결국 ‘슬랙을 배분하는 위치’가 아니라 ‘슬랙을 흡수하는 위치’에 또!! 서있는 것이다. 젠장 연말을 맞이하여 허겁지겁 두 책을 교차해서 다시 읽으니 이 상태가 어디서 오는지 좀 보이는 것 같기도하다. 우선은, 기버에 대해서 보편적인 상황부터 생각해보자. <br> ## 왜 여유 없는 조직은 기버를 태우는가 슬랙이 없는 조직은 항상 이런 상태다. - 일정 100% 점유 - 인력 여유 0 - 예외 처리 불가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터지면 선택지는 둘뿐이다. 1. 시스템을 바꾼다 -> 비용과 시간이 든다 2. 사람이 메운다 -> 기버가 나선다 대부분 2번을 택하게된다. 누가 선택하냐고? 못참고 나서는 기버가. 그것을 관망하는 테이커와 매쳐가. 그리고 기버는 조직의 비공식 완충재가 된다. <br> ### 왜 항상 기버일까? - 테이커: “내 일 아니다” - 매쳐: “대가가 있나?” - 기버: “일단 내가 할게” 슬랙이 없으면 책임감 있는 사람은 소모품이되고 슬랙이 있으면 그 사람은 여유를 어디에 쓸지 결정 하는 자원이 된다. 악순환은 이렇게 돌아간다. > 기버가 문제를 해결 → 시스템은 문제를 인식 못함 → 같은 문제가 반복 됨 → 기버는 더 바빠짐 → 번아웃이나 퇴사 그러다 조직은 “왜 갑자기 무너졌지?“라고 묻는다. 답은 무너진 게 아니라 갈아 쓴 것인데.. (아 물론 기버 찬양론을 말하고싶은 건 아닌데.. 대부분 회사가 이렇긴 하잖슴. 맞잖슴.) <br> ## 생각 전환: 좋은 시니어가 조직을 멈추게 하는 순간 조직을 망치는 건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종종 가장 헌신적인 시니어다. 당연히 나 또한 무결하지 못한 주제다. 여기 아주 뻔하고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 시니어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주니어는 “역시 저 분”이라고 배운다. 문서와 프로세스는 생략된다. 문제 해결 능력이 개인에게 귀속된다. > > **(너무 뻔한)결과**: 조직은 성장하지 않고, 시니어는 더 많은 일을 맡는다. <br> 이 시점에서 시니어는 선택한다. - “내가 하면 빨라/차라리 내가 하고말지” → 조직 의존 심화 - “구조로 남기자” → 단기 속도 저하, 장기 건강 많은 좋은 시니어가 첫 번째를 고른다. 그리고 “왜 주니어들이 안 크지?“라고 말한다. 주니어가 못 크는 게 아니다. 클 수 없는 구조다. 시니어가 모든 예외를 흡수하고 있으니까. 이건 **기버가 만든 의존 구조**에 가깝다. 이런 흔한 사례야말로, 테이커가 아니라 “**영웅 증후군 기버**”가 만든 문제다. <br> ### 그럼 뭐가 좋은 시니어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문제가 처리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 하는 환경, 그러니까, 서비스라는 게 당연히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만 되지 않나? 고객(그게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엔드유저일 수도 있고)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불이 나면 일단 꺼야한다. 하지만 역량은 불을 끄고 나서 뭘 하느냐로 나타난다. 1. 시니어가 빠르게 해결 → 끝 → 다음에 또 시니어가 해결 2. 시니어가 빠르게 해결 → 왜 터졌는지 5분 정리 → 다음에 주니어도 할 수 있음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되, 해결한 게 나한테만 남지 않고 지식이 전파되게 하는 사람인가?** 인 것이다. 위의1번만 반복하면 시니어는 영원히 소방관이다. 2번은 같은 속도로 끄되, 끄는 행위가 조직에 쌓인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은 대처로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 뇌에 힘주고 상황 판단을 좀 하자. - **P0** 장애 (서비스 다운): 일단 끈다. 구조는 나중에 생각한다. **슬랙 소비 타이밍이다** - **P1~P2** 이슈: 페어링으로 같이 해결하거나, 해결 후 런북 한 줄이라도 남긴다. **슬랙 투자 타이밍이다** - 반복되는 문의/이슈: 이건 속도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여기서 “내가 빨리 해결할게”를 반복하면 병목이 된다. **슬랙 생성 타이밍이다**!! 밑줄 쫙쫙!! 결국 좋은 시니어는 조직의 슬랙 총량을 늘리는 사람인 것이다. 본인이 슬랙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br> ## 내가 병목을 만들고 있진 않은가? “테이커를 조심하라”는 Give and Take의 메시지가 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더 무서운 건 따로 있다. 테이커는 식별이라도 된다. 정보를 요청할 때만 공유하고, 도움은 받지만 결과는 공유 안 하고, 성공은 자기 것 실패는 환경 탓으로 돌리는 패턴.(*막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 있쥐? 그취?*) 근데 더 위험한 건 ‘영웅 기버’다. 이 사람이 없으면 시스템이 안 돌아가는 상태. 본인은 헌신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조직이 그 사람에게 의존하게 만든 구조를 본인이 만들고 있다**. <br> 테이커는 주로 남이다. 그런데 **영웅 기버는 대게 나일 수 있다**. 자가 점검이건, 조직원에 대한 뭔가 찝찝함이건, 이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답해보자. > 이 사람이 없으면 시스템이 멈추는가? 그렇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잘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망가진 것이다. <br> 우리 엔지니어들은 이것을 **Single point of failure**라고 부르기로 했지 않은가..? *예전에 내 사수가 내일 니가/내가 죽어도 시스템은 잘 돌아가야한다고 호통치던 게 떠오른다. 아아 스승님 당신은 역시(근데 정작 그 사수가 육아휴직 갔을 때 후임 쪼무래기들끼리 무서워서 배포 못하고 막 그랬음..히히)* 잠깐 감상에 젖었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br> ## 연결해서 봐보자 - Slack: 여유 없는 조직은 사람을 태운다 - Give and Take: 그때 가장 먼저 타는 게 기버다 - 현실: 좋은 시니어가 그 역할을 자처한다 - 결과: 조직은 유지되지만, 성장하지 않는다 <br> ## 내가 가져갈 태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기 >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구조 없이 해결하지는 않는다.** 음.. 일단 내겐 이 문장 정도가 아주 시급하고 최선인 것 같다. 내 시간 자원을 보호하면서 슬랙을 투자하자. 투자할 슬랙이 없다면 슬랙을 명시적으로 생성하고 함께 투자할 시간을 만들자. <br> ## 다음에 생각해볼 것 - 시니어가 일부러 느려져야 할 순간은 언제인가? - 기술조직 리더로서 기버를 보호하는 제도를 설계한다면? - 기버를 승진시키면 왜 조직이 좋아지는가? - 영웅 기버는 조직/서비스의 어느 스테이지까지 필요하고, 언제부터 경계해야할까? - 영웅 기버가 테이커보다 나쁜가?(위험과 별개로..)